[Vol.18]『대한민국 도슨트17 이천』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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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도슨트17 이천』을 팝니다.


이천문화서포터즈 김희정 작가


구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하늘은 가을을 향해 가고 있고 바람결은 가벼웠다. 그날 ‘카페 상상’에서 H와 J를 만났다. 논 한가운데에 있는 카페를 둘러싼 들녘은 마치 커다란 붓으로 노란색 물감을 덧칠해 놓은 듯 했다. 이 카페에서는 음료만 판매했는데 음료의 주 재료는 이천에서 제철에 생산한 신선한 과일과 채소, 곡류 등이었다. 이 카페에서 사용하는 컵이나 그릇은 모두 이천시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도예인들이 만든 도자기였다. 

카페에서 H는 장호원읍 복숭아아이스티를, J는 신둔면인삼요거트를 나는 율면샤인머스켓봉봉주스를 주문했다. 음료는 도자기컵에 담겨져나왔다, 음료는 먹음직했고 컵은 멋스러웠다. 그것을 앞에 두고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갔다. 얼마 후 두 사람은 깜짝쇼를 준비했다고 했다. 


깜짝쇼는 지난 8월에 출간한 책『대한민국 도슨트 17 이천』(이하 도슨트 이천)미니 출판기념회였다. H와 J는 언제 그것을 준비했는지 몇 가지 재밌는 프로그램을 펼쳤다. 그런 후 대한민국도슨트 시리즈에  관한 출판사의 기획 취지 등을 읽어 줬다. 


이 책은 ㈜북이십일(21세기북스)에서 기획한 한국 최초 지역별 인문지리서이다. 출판사는, 이중환의 『택리지』, 김정호의 『대동지지』, 뿌리깊은나무의 『한국의 발견(전11권)』(1983)를 본보기 삼아, 우리나라의 각 시·군 단위를 각각 한 권의 책으로 기획했고 이를 위해 해당 지역에 거주하거나, 그 지역과 깊은 연고가 있는 이들을 도슨트(해설사)이자 집필자로 선정했다. 도슨트이자 집필자는 여행자들이 각 지역을 답사 혹은 여행하기에 편리하도록 그 지역의 고유한 특징, 오래된 문화유산과 빼어난 자연환경, 현재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이나 역동적으로 태동 중인 곳, 사람과 문화 등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취재하고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것에 지역의 역사와 인문학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집필했다. 

2019년 속초(지은이 김영건)편을 첫 시작으로 인천(이희환)·목포(최성환)·춘천(전석순)·신안(강제윤)·통영(이서후)·군산(배지영)·제주동쪽(한진오)·제주북쪽(현택훈)정선(강기희)·안동(권오단)·원주(김경엽)·포천(이지상)·경기광주(황병욱)·강화(김시언)·평창(김도연)·이천(김희정)·순천(강성호)편이 출간됐다. 이천은 열일곱 번째. 지은이는 바로 김희정이다.
     
“김 작가~‘도슨트 이천’, 좋더라. 이천에 살면서도 이천을 잘 몰랐는데 책을 읽다 보니 와~ 이천에 이런 곳도 있었네. 이런 역사와 이야기가 있었구나~~ 했어.”

“오~ 역쉬~ H! 책 보는 눈이 높은데. 다른 사람 이야기 듣고 기록하고 알릴 때는 재밌고 의미도 있었는데 정작 내 책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하니까 쑥스럽구먼. 책을 알릴까 말까 고민도 많이 했어. 아닌 게 아니라 ‘나 이런 책 쓴 사람이에요.’라고 하면서 내 자랑하는 것 같잖아. ‘제 책 좀 사주세요.’라고 대놓고 부담 주는 것 같고.”
그러자 H가 장호원읍복숭아아이스티를 한 모금 마시고는 이렇게 말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시작할 땐 용기가 필요하지. 낯짝이 철판보다 두꺼워야 해.” 그는 왼손을 턱에 괴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김 작가 자랑, 그거 맞는 말이네. 그래도 책이 널리 알려지고 여러 사람이 읽어야 우리 이천에 얼마나 좋은 곳이 많다는 것을 알고 찾아오지 않겠어?”

나는 샤인머스켓 한 알을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며 말했다. 

“그치. 출판사에서 원고 청탁 제의가 왔을 때 그 이유 땜에 쓰겠다고 했다니까. 이천 여행지에 대한 소개글을 이천에 관한 역사와 정보를 넣되 대중들이 읽기 쉽게 써달라고 해서 그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좋아하는 일인데다 수년간 해온 일이었으니까.”

“그러면 알려야지. 가만히 있으면 누가 그 존재를 알아주나?”
“책값이 너무 비싸다는 분도 계셔.”

“비싼 것도 사실이지. 스마트폰에 공짜로 볼 수 있는 재밌고 유익한 정보가 넘치잖아, 그런데 굳이 책을 사서 읽을 필요가 있을까? 특히 지역에 관한 책, 이천에 관한 책을 이천시민이 아닌 다음에야 돈 주고 사서 읽을 사람이 있겠냐고? 그 사람은 지식인이고 훌륭한 사람이야.”

돌아보니 나도 책을 안 산 지 꽤 됐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때?”

“어떻게?”

나와 J는 동시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우리 세 사람이 식당에서 뜨끈한 순대국을 한 그릇씩을 먹고 그 값은 J가 지불했다고 가정해 보자. 요즘 식당에서 순대국 1인분 값이 얼마더라?”

“10,000원~13,000원 정도 할걸.”

“그러면 총 30,000원~39,000원이네. ‘도슨트 이천’ 책값은 22,000원. 인터넷서점에서는 10% 할인해주니까 19,800원이네. 우리 셋이 외식 한번 덜하고 책을 사는 거야. 그 책으로 내가 사는 지역, 이천을 이렇게 면밀하게 알 수 있다면 가성비 대비 대만족일 것 같은데. 같은 일을 하더라도 저 사람 일 참 잘한다 싶어서 가만히 관찰해보면 독서량이 풍부하잖냐. 여러 사람 앞에서 아는 척 잘난 척도 할 수 있고. 나처럼 말이야.”

신둔면인삼요거트를 숟가락으로 떠먹던 J가 말했다. 

“무엇보다 김 작가가 이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취재하여 쓴 책이 세상에서 빛나게 해야지. 무슨 사명감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열심히 취재하여 쓴 책을 창고나 서점 자리만 지키게 하면 안 되잖아. 이 책을 쓰기 위해 김 작가가 얼마나 많은 책을 봤는지 내가 알지. 책 맨 뒤참고문헌에 쓴 책보다 안 쓴 책이 더 많을걸.”
갑자기 코끝이 찡해지려고 하던 찰나였다. 

“ ‘도슨트 이천’을 활용할 데는 넘쳐. 이천에 오신 외부인한테 선물로 드려도 좋고. 이천시민은 물론이고, 이천시 신입공무원 연수 때도 알려주고, 현 공무원, 학교 교사들, 학생들도 읽게 해야지. 이천시청로비, 이천시립도서관이나 여러 도서관, 카페, 식당 로비에도 비치해서 시민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해야 해. 김 작가는 북토크랑 세바시 강연도 하고, 우리 이천도 텔레비전에 방영되게 하면 좋겠다.  요즘 박미선과 역사학자 심용환이 함께 떠나는 KBS <아주 史적인 여행> 볼만하더만, 그리고 책이 잘 팔려야 출판사 직원들도 먹고 살지. 김 작가한테 인세도 들어올 테고.”

J는 신둔면인삼요거트를 먹고 힘이 났는지 말을 쉬지 않고 쏟아냈다. 나는 J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한편 마음이 살짝 복잡해졌다. 그때 J는 스마트폰 계산기를 두드렸다.  

“인세가 마음에 걸리지? 잠깐, 인세 계산 좀 해보자. 보통 작가가 책값의 10%를 받으니까 1권이 팔리면 1,980원, 책 500권이 팔리면 인세는 99만 원. 아고… 작가가 책 팔아서 밥 먹고 살겠나? 작가가 인세로 먹고 살려면 도대체 책 몇 권이 팔려야 하는 거야?”

나는 율면샤인머스켓봉봉주스를 빨대로 쭉쭉 빨아서 마셨다. 그러고는 H와J의 눈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들은 대놓고 책을 홍보해도 괜찮다는 눈빛을 보냈다. 내 마음의 밭은 조금씩 보슬보슬해졌다. 그 마음밭에서 용기가 봄날 파릇한 새잎처럼 삐죽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책 목차를 이천의 14개 읍·면·동(장호원읍 부발읍 백사면 신둔면 호법면 마장면 대월면 모가면 설성면 율면 증포동 창전동 관고동 중리동)으로 정하고 그 마을을 여행하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과 에피소드, 이천 풍경이 떠올랐다. 장호원 백족산 아래 아름다운 도월마을 장호원황도 원조목, 백사면 육괴정 이야기, 호법면 당나귀, 아름다운 설봉공원, 혼자 효양산 서신일 묘역을 찾아가다가 길을 잃을 뻔한 이야기, 시월의 어느 이른 아침 신둔면 인삼밭에서 6년근 인삼을 수확하는 장면을 보면서 느낀 감탄, 율면의 부래미마을 홍화꽃밭에서 홍화꽃을 따서 염색한 기억, 설성면의 새콤달콤한 딸기, 신선한 우유를 생산한 와우목장, 예스파크(이천도자예술마을)와 신둔면 일대 공방에서 만난 도예인과 다양한 분야의 작가와 예술가들, 맛있는 이천쌀밥 등. 이 외에도 많다. 자신과 마을에 있는 자원을 찾고 다듬어서 빛나게 하고 즐겁고 유익한 축제로 이어가는 사람들 등. 그 외 자세한 내용은 책과의 여행을 통해^^

『대한민국 도슨트17 이천』을 한달음에 쓰리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혼자였으면 진즉 포기했을 것이다. 시민들이 함께 해주시고 도와주셨기에 쓸 수 있었다. 그 가운데 이천문화원도 있었다. 덕분에 이천의 보석을 발견하고 캐서 한 권의 책으로 묶을 수 있었다. 두루두루 고맙고 감사하다. 그런저런 상념에 사로잡혀 있을 때였다. H가 말했다. 

“그나저나 사람들은,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 걸까?”

“그러게. 어쩌면 우리 삶이, 지금 이 순간이 여행일거야. 아~진지한 주제는 이제 그만. 우리 증포동 둘레길 걸으러 가자. 김 작가 다음 책 준비작업 해야지.” 

“김 작가~조만간 ‘도슨트 이천’하고 내 작품이랑 같이 출판·전시회 하자.” 


우리는 다시 여행길에 섰다.  



이 이야기는 김희정 작가의 상상에 『대한민국 도슨트17 이천(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 출간된 후 그의 지인들이 해준 격려의 말을 섞어서 만든 꽁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