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문화원 예술인 회원을 소개합니다. < 첫 번째 : 박다원 작가 >
하나의 붓질이 시작되면 이미 캔버스 끝에서
붓을 뗀 느낌이 내 몸으로 전해 온다.
이천문화서포터즈 류봉열

이천시민에게 예술의 선한 역할을 돌려주고 싶다는, 이우환을 잇는 한국 근현대미술 주류의 단색화의 박 다원 작가를 만나다.
동시대 미술은 어렵고도 쉽다고 말한다. 관람자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면 된다지만, 그림 앞에 서면 ‘이게 뭐지?’ 하며, 자신이 왜소해지는 경험을 종종 한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그림이나 조각 등을 보러 동아리 회원과 다니지만, 지금도 난해하긴 마찬가지다.

박 다원 작가(67세)는 35년 전 양평으로 향하던 길에 우연히 마주한 이천 풍경에 반해 바로 이천작업실을 구했다. 50년 화업의 작가와 이천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작가는 현재 집과 작업실, 스튜디오 모두 이천에 터를 잡아놓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월 자신이 가진 예술혼을 이천에서 공유하고 싶어 첫 스튜디오 오픈전을 진행했다. 오픈전은 국내외에서 꾸준하게 요청한 스튜디오 개방을 작가가 거부해 왔기에 문화계 인사들에게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06년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방한기념 기증작품으로 한국적인 미감을 현대적으로 잘 표현한 박 작가의 작품을 선정했다.
2011년 삼성그룹 신년하례식 대표 작가로도 뽑혔다. 뉴욕전시 및 원주 뮤지엄산 <기세와 여운> 전을 비롯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은 물론, 후쿠오카 아트페어 한국관 대표 등 여러 국제 아트페어와 비엔날레에도 참여해 왔다.

박 다원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보았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 작품들은 시선을 멈추게 했고, 다시 한번 멈춰 느껴보도록 요구했다. 그 작품들은 마치 필자에게 수수께끼를 내듯 직접적으로 대면했다. 시각적 전시물로서의 작품들은 많은 일반 관람자들에게는 오히려 단순해 보일 수도 있다. 때로는 너무 단순해 보이기까지 할지 모른다.
이 작품들은 대개 몇 개의, 때로는 단 하나의 인상적인 거친 붓질이 깨끗하게 칠해진 배경 위에 놓여 있는 것이 전부이다. 그런데도 이 작품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끼는 의미의 무게는 여느 다른 작품들과는 달랐다. 이후 이 작품들을 다시 마주할 때마다 그 느낌은 틀림없이 확인되었다. 이 작품들은 마치 창작자가 어떤 형태의 오라클(oracle)로서 의도한 것처럼 느껴진다. 창작자의 의도는 매우 집중되고 자신감이 넘쳐서, 작품들은 원시적인 시공간, 즉 너무나 숨겨져 있고 난해해서 가장 뛰어난 지성 외에는 접근 불가능이라고 가정되는 영역이 암시할 만한 어떤 신비감을 자아낸다.
박 다원의 예술에 대해 그녀가 남긴 말을 접했을 때, 나는 솔직히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붓질을 시작할 때, 나는 시간, 공간, 우주의 역사를 위해 기도합니다. 신의 존재와 그분의 사랑을 위해. 나는 내 그림을 보는 모든 이들과 이 감정을 나누고 싶습니다." 필자는 필자의 초기 인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 다원 작가가 오래전부터 가톨릭인 사실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박 다원은 ‘절대(Absolute)’라는 질문과 씨름해 왔으며, 그것이 그녀 작품에서 이상하리만큼 느껴지는 무게감의 원천이었다. ‘절대’에 대한 질문보다 더 무거운 질문은 없기 때문이다. - 어느 평론에서 발췌 -

‘하나의 붓질이 시작되면 이미 캔버스의 끝에서 붓을 뗀 느낌이 내 몸으로 전해 온다’라는 작가의 말에서 화려한 수식이나 기교 없이 오로지 정신성에 집중하는 작가만의 독자적인 조형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주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울림을 일으키는 그의 작품은 일필휘지(一筆揮之)에서 생동하는 힘 있는 기운과 단호함은 물론, 때로는 평온하게 호흡하고 공명하는 작가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거침없는 한 획의 단속적 리듬 혹은 절제된 선과 점의 울림이 여백으로 비어있는 화면공간을 가득 채우는 에너지로 전달되는 세계, 바로 박 다원 작가가 그리고 있는 그림 세계다.

화단에서는 오래전부터 이우환을 잇는 한국 근현대미술 주류의 단색화 작가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천에서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 등 단지 어떤 한 화가로서 존재하면서 우리와 함께 길 건너 이웃에서 살아가고 있는 박 다원 작가를 만났다.

본인을 소개한다면?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 서울과 이천을 터전으로 작품활동을 해왔다. 1980년대부터 독창적인 스타일과 철학을 추구하며 창작 활동을 해오고 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이래 한국 현대예술의 기반을 마련한 선구적인 예술가들로부터 추상주의 바통을 계승했다. ‘단색 추상주의’의 단계를 넘어 현대 미술을 발전시키는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동시대의 예술가다.
인간의 존재를 둘러싼 근본적인 질문에 의식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랜 시간 우주, 자연 및 자연과학에 관심을 두면서, 우리가 보는 것에는 절대적인 것이 없다고 믿고 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보는 것은 더 큰 그림의 일부일 뿐이며, 우주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고 믿는다. 우주는 잠재적인 휴면이라는 일반적인 단계에서만 관측될 뿐이며, 우주의 어떤 부분이든 그 전체를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적 표현을 통해 우리에게 ‘보이는 것’ 너머의 본질을 추구하고 있다.

작가는 일상과 타협하지 않는다. 일상의 삶에 연연하면 차라리 현실과 타협하는 보통사람이 사는 삶이 낫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태어난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면 나머지 일들은 조금 늦거나 빠를 뿐 이루어진다. 작가는 시대에 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하며 변혁과 창조를 하는 사람이다. 동시에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이다. 자신의 본모습을 들여다보고 긴 호흡으로 가는 사람이다.
화가 박 다원은 어떤 사람
지금의 작가적 기질들, 두려움 없고 긍정적이며, 단호한 DNA를 물려받았고, 예술과 문화적 환경에서 양육된 일은 나의 바탕이 됐다. 부모님은 음악과 그림을 좋아했다. 우리 집은 예술인의 사랑방이었다. 화가, 영화감독, 시인, 교수 등은 물론 신성일, 엄앵란 씨도 오셨다. 어머니가 서울의 대가분들을 방문할 때도 나도 따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기질과 품성을 익히게 됐다.

집에서는 김홍도의 작품은 물론, 피카소. 마네. 모네. 드가 등 화집도 많아 동서양 미술을 보고 자랐다. 자연스레 선에 대한 눈높이가 형성됐고, 배우지는 않았으나 체득되었다고 생각한다. 본래 추상의 뿌리는 동양에 있다. 작가로서는 어린 시절 좋은 문화적인 환경으로 잘 배양되어 보냈다.
‘광활한 빈 캔버스를 보면 공포를 느끼지 않는지’라는 질문을 때때로 받는다. 특히 순간적으로 선을 긋는 작업이라 큰 캔버스를 마주하면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기도 한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은 거리낌 없이, 망설이지 않고 하는 사람이다. 나의 원초성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 작가로서 마음은 좋다.
작업과정을 알고 싶다
나는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는 작업실에서 수천 번의 붓질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바탕색을 만든다. 넓은 작업실을 유유히 거닐기도 하고, 편안하게 호흡하는 등 몸과 마음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 명상의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순수 에너지를 한 획으로 표현한다.

바탕색을 만들고, 호흡을 하는 과정, 기다림, 온 몸의 기와 정신을 모아 선을 수행하듯,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에서 순간적이며 직관적인 선을 일필로 뽑아내는 특유의 방법으로 작업한다. 하나의 붓질이 시작되면 이미 캔버스의 끝에서 붓을 뗀 느낌이 내 몸으로 전해 온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과정은 퍼포먼스다. 호흡이 가장 편안할 때, 붓을 들고 순간에 선을 그으면 그림이 된다. 물론 어긋날 때도 있다. 그날은 멈춘다.
작가만의 특별한 안료를 사용하나
작업 Series로 <Now here>, <Now here in Blue>, <Becoming>, <Movent in Stillness> 등이 있다. 그림은 점, 선, 호흡, 여백으로 귀결되고, 그어지는 선이나 바탕 역시 단순하고 명징하다. 일반적으로 <Becoming>의 붉은 선과 Blue 바탕이 많이 회자 되는데, 특수한 안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각각의 작업마다 다양한 색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블루도 바탕에 다른 색상들을 사용하는데, 블루가 강조되어 그렇게 보일 뿐이다. 먹과 숯가루, 석채, 물감이 주재료이지만 그어진 선과 바탕색에는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화이트, 골드, 그린, 레드, 블루 등 다양한 색상들이 깊게 스며 있다. 많은 색이 겹치면서 색상을 만들어낸다. 하나의 색상으로 보이나 겉으로 드러나는 색이 강조될 뿐이다.

작업실에는 물감 이외의 다양한 재료들이 많이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다양한 표현방법을 찾는다. 철재로 조각작업과 조형물을 만들고, 미디어아트 작업도 하고 있다.
<NOW HERE>란 시리즈로 전시하는데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지난 10년의 시간도, 우주의 긴 역사도 단 한 줄의 글로 기록된다. 시간은 우리가 만든 약속일뿐이다. 우리가 인지하는 것은 늘 지금 여기(Now Here)다. 나는 순간이며, 시공간이 연속된 여기(Now Here), 한 획의 점과 선으로 몰입한다.

이 시공간은 우리의 삶이자 역사이고 Everything이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생명력의 근원인 빛과 우주 만물의 본질을 점과 선, 공간으로 시각화한다. 다양한 색의 바탕 위에 그어진 지극히 절제된 한 획은 관람자로 하여금 조용한 마음 속 울림과 공명을 경험하게 한다.
작품은 사전에 의도된 조형적 구성에 의해 진행되기 보다는, 우연의 필치가 필연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정신성에 의한 독자적인 조형성을 지향한다. 우연과 필연의 공존, 자유로움과 자제력의 동시작용은 궁극적으로 화면에서 생동감과 물성의 에너지를 나타내며, 나아가 전 화면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힘을 분출한다.
이천에서 양식이 변했다.
이천의 향기와 기운이 나를 이천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일전에 양평 가는 길에 서희 선생의 묘를 보았다. 차를 세우고 묘에 가 인사드렸다. 이후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설명할 수 없는 직관적 이끌림이 존재했다. 지금 드는 생각이지만 시간을 넘어 뵌 적 없는 서병오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듯 서희 선생이 나를 이천으로 이끄셨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천에 오기 전의 작품은 단호하고 명징한 선이 특징이었다. 신둔 작업실 시기의 그림은 유연함과 물성, 에너지의 공명이 더욱 느껴진다는 평을 듣고 있다. 서울에서 미팅하고 이천을 내려올 때 편안하고 안온한 곳으로 돌아온다는 느낌을 늘 받는다. 영화 하는 친구가 ‘작업실에서 혼자 닦는 도는 도가 아니야, 저잣거리에서 하는 공부가 진짜 도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동안 주로 문화계 지인들과 만나 왔는데, 지금 이천에서는 함께 농사를 짓고 품앗이하는 좋은 이웃들을 만나며 생명의 기운을 느낀다. 나누는 삶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함께하며 알게 된 공부가 작업에 영향을 준 듯하다. 사진16
예술의 진정한 힘이자 가치는
예술가는 보이는 것 너머 본질을 추구한다. 우리의 감각적 지각의 한계를 넘어선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역에 접근하려면 미학적 판단이나 일종의 초인적 지성이 필요하다. 정신이 적절한 형태를 통해 자기를 표현하는 과정이 바로 예술이다. 예술이 진리를 드러내려면 창조의 과정을 거쳐 이를 작품 속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나는 생명 에너지를 그린다. 나의 작업은 속도감 있는 선으로 움직이는 생명을 드러낸다. 나의 영혼과 온몸의 힘을 담은 나의 큰 붓질은 우주의 생명을 일으키고 유지하는 바로 그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한 순례다.

삶에는 문제가 일어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또한 삶이다. 피할 수는 없지만, 작가는 시대의 아픔을 겪어내고, 온전히 승화하고 정화하여 세상에 내놓는 게 작가의 역할이며, 작가는 일정 부분 수도자의 삶을 살아야 할 의무도 있다고 본다.
앞으로 작업이 어떻게 변할지
이 스튜디오 공간은 나의 숨을 고르는 휴식 공간으로 작업이 완성되면 바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숙성되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숨 쉬는 공간이다.

지금 공간에 나를 닮은 그림이 있다. 그 작품을 ‘박 다원의 단호함’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작품은 하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작품이 나온다. 현재 새로운 시리즈의 작업을 하고 있는데 2025년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천시민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난 11월 한 달간 진행한 <오픈 스튜디오 전>은 이천시민과 나누려고 했다. 이천지역 분들이 많이 관람했고, 부산 대구 서울에서도 그룹으로 와 관람하면서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가졌다.

문화가 있는 곳에는 빛이 있다. 이천은 문화 예술의 도시로 미래의 빛을 보았다. 향후 이천에서 세계적인 공간을 유치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겠다. 예술과 문화는 도시를 빛나게 하고, 풍요로운 삶으로 인도한다. 예술의 선한 역할을 이천시민에게 돌려주고 싶다. 좋은 전시와 공연을 늘 가까이하여 풍요로운 삶을 누리길 바란다.

이천문화원 예술인 회원을 소개합니다. < 첫 번째 : 박다원 작가 >
하나의 붓질이 시작되면 이미 캔버스 끝에서
붓을 뗀 느낌이 내 몸으로 전해 온다.
이천문화서포터즈 류봉열
이천시민에게 예술의 선한 역할을 돌려주고 싶다는, 이우환을 잇는 한국 근현대미술 주류의 단색화의 박 다원 작가를 만나다.
동시대 미술은 어렵고도 쉽다고 말한다. 관람자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면 된다지만, 그림 앞에 서면 ‘이게 뭐지?’ 하며, 자신이 왜소해지는 경험을 종종 한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그림이나 조각 등을 보러 동아리 회원과 다니지만, 지금도 난해하긴 마찬가지다.
박 다원 작가(67세)는 35년 전 양평으로 향하던 길에 우연히 마주한 이천 풍경에 반해 바로 이천작업실을 구했다. 50년 화업의 작가와 이천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작가는 현재 집과 작업실, 스튜디오 모두 이천에 터를 잡아놓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월 자신이 가진 예술혼을 이천에서 공유하고 싶어 첫 스튜디오 오픈전을 진행했다. 오픈전은 국내외에서 꾸준하게 요청한 스튜디오 개방을 작가가 거부해 왔기에 문화계 인사들에게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06년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방한기념 기증작품으로 한국적인 미감을 현대적으로 잘 표현한 박 작가의 작품을 선정했다.
2011년 삼성그룹 신년하례식 대표 작가로도 뽑혔다. 뉴욕전시 및 원주 뮤지엄산 <기세와 여운> 전을 비롯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은 물론, 후쿠오카 아트페어 한국관 대표 등 여러 국제 아트페어와 비엔날레에도 참여해 왔다.
박 다원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보았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 작품들은 시선을 멈추게 했고, 다시 한번 멈춰 느껴보도록 요구했다. 그 작품들은 마치 필자에게 수수께끼를 내듯 직접적으로 대면했다. 시각적 전시물로서의 작품들은 많은 일반 관람자들에게는 오히려 단순해 보일 수도 있다. 때로는 너무 단순해 보이기까지 할지 모른다.
이 작품들은 대개 몇 개의, 때로는 단 하나의 인상적인 거친 붓질이 깨끗하게 칠해진 배경 위에 놓여 있는 것이 전부이다. 그런데도 이 작품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끼는 의미의 무게는 여느 다른 작품들과는 달랐다. 이후 이 작품들을 다시 마주할 때마다 그 느낌은 틀림없이 확인되었다. 이 작품들은 마치 창작자가 어떤 형태의 오라클(oracle)로서 의도한 것처럼 느껴진다. 창작자의 의도는 매우 집중되고 자신감이 넘쳐서, 작품들은 원시적인 시공간, 즉 너무나 숨겨져 있고 난해해서 가장 뛰어난 지성 외에는 접근 불가능이라고 가정되는 영역이 암시할 만한 어떤 신비감을 자아낸다.
박 다원의 예술에 대해 그녀가 남긴 말을 접했을 때, 나는 솔직히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붓질을 시작할 때, 나는 시간, 공간, 우주의 역사를 위해 기도합니다. 신의 존재와 그분의 사랑을 위해. 나는 내 그림을 보는 모든 이들과 이 감정을 나누고 싶습니다." 필자는 필자의 초기 인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 다원 작가가 오래전부터 가톨릭인 사실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박 다원은 ‘절대(Absolute)’라는 질문과 씨름해 왔으며, 그것이 그녀 작품에서 이상하리만큼 느껴지는 무게감의 원천이었다. ‘절대’에 대한 질문보다 더 무거운 질문은 없기 때문이다. - 어느 평론에서 발췌 -
‘하나의 붓질이 시작되면 이미 캔버스의 끝에서 붓을 뗀 느낌이 내 몸으로 전해 온다’라는 작가의 말에서 화려한 수식이나 기교 없이 오로지 정신성에 집중하는 작가만의 독자적인 조형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주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울림을 일으키는 그의 작품은 일필휘지(一筆揮之)에서 생동하는 힘 있는 기운과 단호함은 물론, 때로는 평온하게 호흡하고 공명하는 작가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거침없는 한 획의 단속적 리듬 혹은 절제된 선과 점의 울림이 여백으로 비어있는 화면공간을 가득 채우는 에너지로 전달되는 세계, 바로 박 다원 작가가 그리고 있는 그림 세계다.
화단에서는 오래전부터 이우환을 잇는 한국 근현대미술 주류의 단색화 작가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천에서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 등 단지 어떤 한 화가로서 존재하면서 우리와 함께 길 건너 이웃에서 살아가고 있는 박 다원 작가를 만났다.
본인을 소개한다면?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 서울과 이천을 터전으로 작품활동을 해왔다. 1980년대부터 독창적인 스타일과 철학을 추구하며 창작 활동을 해오고 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이래 한국 현대예술의 기반을 마련한 선구적인 예술가들로부터 추상주의 바통을 계승했다. ‘단색 추상주의’의 단계를 넘어 현대 미술을 발전시키는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동시대의 예술가다.
인간의 존재를 둘러싼 근본적인 질문에 의식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랜 시간 우주, 자연 및 자연과학에 관심을 두면서, 우리가 보는 것에는 절대적인 것이 없다고 믿고 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보는 것은 더 큰 그림의 일부일 뿐이며, 우주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고 믿는다. 우주는 잠재적인 휴면이라는 일반적인 단계에서만 관측될 뿐이며, 우주의 어떤 부분이든 그 전체를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적 표현을 통해 우리에게 ‘보이는 것’ 너머의 본질을 추구하고 있다.
작가는 일상과 타협하지 않는다. 일상의 삶에 연연하면 차라리 현실과 타협하는 보통사람이 사는 삶이 낫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태어난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면 나머지 일들은 조금 늦거나 빠를 뿐 이루어진다. 작가는 시대에 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하며 변혁과 창조를 하는 사람이다. 동시에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이다. 자신의 본모습을 들여다보고 긴 호흡으로 가는 사람이다.
화가 박 다원은 어떤 사람
지금의 작가적 기질들, 두려움 없고 긍정적이며, 단호한 DNA를 물려받았고, 예술과 문화적 환경에서 양육된 일은 나의 바탕이 됐다. 부모님은 음악과 그림을 좋아했다. 우리 집은 예술인의 사랑방이었다. 화가, 영화감독, 시인, 교수 등은 물론 신성일, 엄앵란 씨도 오셨다. 어머니가 서울의 대가분들을 방문할 때도 나도 따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기질과 품성을 익히게 됐다.
집에서는 김홍도의 작품은 물론, 피카소. 마네. 모네. 드가 등 화집도 많아 동서양 미술을 보고 자랐다. 자연스레 선에 대한 눈높이가 형성됐고, 배우지는 않았으나 체득되었다고 생각한다. 본래 추상의 뿌리는 동양에 있다. 작가로서는 어린 시절 좋은 문화적인 환경으로 잘 배양되어 보냈다.
‘광활한 빈 캔버스를 보면 공포를 느끼지 않는지’라는 질문을 때때로 받는다. 특히 순간적으로 선을 긋는 작업이라 큰 캔버스를 마주하면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기도 한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은 거리낌 없이, 망설이지 않고 하는 사람이다. 나의 원초성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 작가로서 마음은 좋다.
작업과정을 알고 싶다
나는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는 작업실에서 수천 번의 붓질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바탕색을 만든다. 넓은 작업실을 유유히 거닐기도 하고, 편안하게 호흡하는 등 몸과 마음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 명상의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순수 에너지를 한 획으로 표현한다.
바탕색을 만들고, 호흡을 하는 과정, 기다림, 온 몸의 기와 정신을 모아 선을 수행하듯,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에서 순간적이며 직관적인 선을 일필로 뽑아내는 특유의 방법으로 작업한다. 하나의 붓질이 시작되면 이미 캔버스의 끝에서 붓을 뗀 느낌이 내 몸으로 전해 온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과정은 퍼포먼스다. 호흡이 가장 편안할 때, 붓을 들고 순간에 선을 그으면 그림이 된다. 물론 어긋날 때도 있다. 그날은 멈춘다.
작가만의 특별한 안료를 사용하나
작업 Series로 <Now here>, <Now here in Blue>, <Becoming>, <Movent in Stillness> 등이 있다. 그림은 점, 선, 호흡, 여백으로 귀결되고, 그어지는 선이나 바탕 역시 단순하고 명징하다. 일반적으로 <Becoming>의 붉은 선과 Blue 바탕이 많이 회자 되는데, 특수한 안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각각의 작업마다 다양한 색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블루도 바탕에 다른 색상들을 사용하는데, 블루가 강조되어 그렇게 보일 뿐이다. 먹과 숯가루, 석채, 물감이 주재료이지만 그어진 선과 바탕색에는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화이트, 골드, 그린, 레드, 블루 등 다양한 색상들이 깊게 스며 있다. 많은 색이 겹치면서 색상을 만들어낸다. 하나의 색상으로 보이나 겉으로 드러나는 색이 강조될 뿐이다.
작업실에는 물감 이외의 다양한 재료들이 많이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다양한 표현방법을 찾는다. 철재로 조각작업과 조형물을 만들고, 미디어아트 작업도 하고 있다.
<NOW HERE>란 시리즈로 전시하는데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지난 10년의 시간도, 우주의 긴 역사도 단 한 줄의 글로 기록된다. 시간은 우리가 만든 약속일뿐이다. 우리가 인지하는 것은 늘 지금 여기(Now Here)다. 나는 순간이며, 시공간이 연속된 여기(Now Here), 한 획의 점과 선으로 몰입한다.
이 시공간은 우리의 삶이자 역사이고 Everything이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생명력의 근원인 빛과 우주 만물의 본질을 점과 선, 공간으로 시각화한다. 다양한 색의 바탕 위에 그어진 지극히 절제된 한 획은 관람자로 하여금 조용한 마음 속 울림과 공명을 경험하게 한다.
작품은 사전에 의도된 조형적 구성에 의해 진행되기 보다는, 우연의 필치가 필연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정신성에 의한 독자적인 조형성을 지향한다. 우연과 필연의 공존, 자유로움과 자제력의 동시작용은 궁극적으로 화면에서 생동감과 물성의 에너지를 나타내며, 나아가 전 화면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힘을 분출한다.
이천에서 양식이 변했다.
이천의 향기와 기운이 나를 이천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일전에 양평 가는 길에 서희 선생의 묘를 보았다. 차를 세우고 묘에 가 인사드렸다. 이후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설명할 수 없는 직관적 이끌림이 존재했다. 지금 드는 생각이지만 시간을 넘어 뵌 적 없는 서병오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듯 서희 선생이 나를 이천으로 이끄셨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천에 오기 전의 작품은 단호하고 명징한 선이 특징이었다. 신둔 작업실 시기의 그림은 유연함과 물성, 에너지의 공명이 더욱 느껴진다는 평을 듣고 있다. 서울에서 미팅하고 이천을 내려올 때 편안하고 안온한 곳으로 돌아온다는 느낌을 늘 받는다. 영화 하는 친구가 ‘작업실에서 혼자 닦는 도는 도가 아니야, 저잣거리에서 하는 공부가 진짜 도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동안 주로 문화계 지인들과 만나 왔는데, 지금 이천에서는 함께 농사를 짓고 품앗이하는 좋은 이웃들을 만나며 생명의 기운을 느낀다. 나누는 삶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함께하며 알게 된 공부가 작업에 영향을 준 듯하다. 사진16
예술의 진정한 힘이자 가치는
예술가는 보이는 것 너머 본질을 추구한다. 우리의 감각적 지각의 한계를 넘어선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역에 접근하려면 미학적 판단이나 일종의 초인적 지성이 필요하다. 정신이 적절한 형태를 통해 자기를 표현하는 과정이 바로 예술이다. 예술이 진리를 드러내려면 창조의 과정을 거쳐 이를 작품 속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나는 생명 에너지를 그린다. 나의 작업은 속도감 있는 선으로 움직이는 생명을 드러낸다. 나의 영혼과 온몸의 힘을 담은 나의 큰 붓질은 우주의 생명을 일으키고 유지하는 바로 그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한 순례다.
삶에는 문제가 일어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또한 삶이다. 피할 수는 없지만, 작가는 시대의 아픔을 겪어내고, 온전히 승화하고 정화하여 세상에 내놓는 게 작가의 역할이며, 작가는 일정 부분 수도자의 삶을 살아야 할 의무도 있다고 본다.
앞으로 작업이 어떻게 변할지
이 스튜디오 공간은 나의 숨을 고르는 휴식 공간으로 작업이 완성되면 바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숙성되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숨 쉬는 공간이다.
지금 공간에 나를 닮은 그림이 있다. 그 작품을 ‘박 다원의 단호함’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작품은 하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작품이 나온다. 현재 새로운 시리즈의 작업을 하고 있는데 2025년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천시민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난 11월 한 달간 진행한 <오픈 스튜디오 전>은 이천시민과 나누려고 했다. 이천지역 분들이 많이 관람했고, 부산 대구 서울에서도 그룹으로 와 관람하면서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가졌다.
문화가 있는 곳에는 빛이 있다. 이천은 문화 예술의 도시로 미래의 빛을 보았다. 향후 이천에서 세계적인 공간을 유치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겠다. 예술과 문화는 도시를 빛나게 하고, 풍요로운 삶으로 인도한다. 예술의 선한 역할을 이천시민에게 돌려주고 싶다. 좋은 전시와 공연을 늘 가까이하여 풍요로운 삶을 누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