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1]제20차 해외문화탐방 중앙아시아 기행문 – 해외문화탐방 임희선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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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보석-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기행문

해외문화탐방 임희선 참가자



첫째 날 광할한 대 자연의 품에서

  우리 일행이 카자흐스탄에 처음 도착한 곳은 알마티였다. 이곳은 톈산산맥 북쪽 기슭에 자리한 오아시스 도시로, 한때 카자흐스탄의 수도이기도 하다. 비옥한 토양을 기반으로 농업과 과수 재배가 이루어졌고, 이를 바탕으로 농산물 가공업이 발달했다. 또한 중앙아시아 여러 도시를 잇는 항공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소련 시절에는 ‘알마아타(Алма-Ата)’라고 불렸는데, 이는 카자흐어로 ‘사과의 할아버지’라는 뜻이다. ‘사과의 도시’라는 의미를 지닌 이름답게, 실제로 카자흐스탄 남부는 사과의 기원지로 알려져 있으며, 알마티 인근에도 사과나무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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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중 가장 먼저 접하는 공간은 아마도 호텔일 것이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전통 가옥인 유르트를 본떠 지어진 건물로, 독특한 외형이 무척 인상 깊었다.

  본격적인 첫 여행지는 차른협곡이었다. ‘중앙아시아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는 이곳은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국립공원으로, 약 1억 2천만 년 전부터 차른강의 침식과 풍화 작용으로 형성된 지형이다. 붉은색과 황토색을 띠는 바위들이 각기 다른 형상을 하고 있어, 마치 자연이 만든 조각 작품들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뜨거운 태양을 이고, 부는 바람을 길동무 삼아 우리는 협곡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메마르고 척박해 보이는 땅이었지만, 그 틈새마다 푸른 잎들이 피어나 있어 생명의 고요한 숨결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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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한 시간쯤 걸었을 무렵, 먼저 도착한 일행이 점심 도시락을 테이블 위에 정성껏 차려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따뜻한 배려와 마음이 담긴 도시락은 유난히 맛있게 느껴졌고, 긴 여정 중에 큰 위안이 되었다.

  식사를 마친 후, 차른강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는 사람도 있었고, 마음에 담고 싶은 풍경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는 이들도 있었다. 들어갈 때는 걸어서 이동했지만, 돌아올 때는 차량을 이용했다. 차창 너머로 바라본 협곡은 걸을 때와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주며, 여운 깊은 감동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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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우리 일행은 다시 길 위에 올랐다. 드넓은 초원을 가로지르며 약 세 시간가량 차로 달려 도착한 곳은 콜사이 호수였다. 
높은 산들에 둘러싸여 있는 호수는 마치 숨 쉬는 듯 고요했고, 그 평화로운 풍경이 지친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져 주는 듯했다.

 



둘째 날 신비로운 자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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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둘째 날 우리는 신비한 풍경을 간직한 카인디 호수를 찾았다. ‘카인디’는 자작나무를 뜻하는데, 이름 그대로 푸른 호수 위에 자작나무들이 마치 화석처럼 서 있었다.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는, 오직 눈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신비로움이 있었다. 호수의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그 고요하고 묘한 분위기는 자꾸만 시선을 끌었고, 자연스레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들었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원래는 협곡을 따라 걸으며 오르는 길이 있었지만, 최근 내린 비로 인해 폐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비포장 도로를 차량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그 길은 울퉁불퉁해 차 안에서 온몸이 흔들릴 만큼 거칠었다. 이또한 새로운 문화 체험이었다. 내려올 때는 차량과 말을 선택할 수 있었고, 나는 말을 타기로 했다. 말 위에서 천천히 협곡을 따라 내려오며, 그 사이로 흐르는 계곡과 펼쳐진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차를타며 오를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말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말의 앞다리에 채운 족쇄 간격은 약 30센티미터쯤 되어 보였는데, 말이 달릴 때는 짧은 보폭으로 깡충깡충 뛰는 모습이 마치 토끼를 닮아 보였다. 다소 낯설었지만, 이곳의 방식이자 풍경이었다. 한편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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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제 키르기즈스탄으로 향했다.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오랜 시간 차량으로 이동해야 했고, 국경을 통과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도로 위에는 두 나라의 초소가 덩그러니 마주 보고 서 있었다. 다행히도 우리는 짐을 모두 내리지 않고, 몸만 내려 여권 검사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원칙대로라면 모든 짐을 내려 검사받아야 하지만, 현지에서는 돈으로 간단히 해결한 듯했다.

  길가에 펼쳐진 대지는 끝없이 이어진 초원과 들꽃들, 멀리 텐산산맥은 흰 눈을 이고 우리와 함께 길을 나서는 듯 따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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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먼 시간의 메시지 


  촐폰아타 암각화 야외 박물관. 처음엔 그저 소박한 박물관쯤으로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평야 위에 수많은 암각화들이 펼쳐져 있었고, 그 하나하나에 오래된 시간의 숨결이 묻어 있었다.

  그 옛날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무슨 말을 남기고 싶었을까. 어느 곳에 사냥감이 많고, 어떤 동물이 위험한지, 꼭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바위 위에 새겨놓은 것일가?  시간이 흘러 그 메시지는 희미해졌지만, 그만큼 더 신비롭고 아득하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이곳을 ‘관리되지 않는 장소’로 볼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오히려 자연과 어우러진 그 모습이 더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손 대지 않은 듯한, 자연과 인간의 시간이 함께 숨 쉬는 그 공간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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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식쿨호 북쪽 연안, 르크호오르도(Rukh Ordo) 종교문화 박물관. 바다처럼 보이는 이식쿨호를 곁에 두고, 여러 종교가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이 펼쳐졌다. 불교, 정교회, 유대교, 천주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의 상징과 건축물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 가운데 눈에 띈 것은 한국 조계종에서 기증한 종이었다. 에밀레종을 본떠 만든 종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소원을 담아 종을 한 번 울리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 단, 누구에게도 그 소원을 말해서는 안 된다."

  함께한 현지 가이드 친구도 종을 쳤고, 정말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종을 쳐 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에 담긴 소원을 나만 간직하고 싶어 조용히 사양했다. 

  이식쿨호수에서의 유람선은 우리 일행만이 탑승해 즐긴,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바다처럼 드넓은 호수, 이곳은 바다가 없다 그러나 바다 만큼이나 넓은 호수는 내가 보기엔 바다와 같았다.  우리는 그 유람선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여유도 누렸다. 

  이어진 일정은 따뜻한 노천 온천 체험. 차가운 바람과 대조되는 온기 속에서 몸과 마음이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유람선에서의 설렘과 온천에서의 편안함이 어우러진, 참으로 다채롭고 기억에 남는 하루였다.




넷째날 제이테 오구즈 일곱마리의 황소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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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우리를 맞이한 것은, 갈라진 하트 모양의 거대한 암석이었다. 현지 가이드는 웃으며 “부부끼리는 사진 찍지 마세요”라는 농담을 던졌다. 모두 웃음 짓는 사이, 우리는 그 암석 앞에 잠시 멈춰섰다.

그곳에서 우리는 또 다른 전설의 장소로 향했다. 일곱 마리의 황소가 거대한 산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품은 산이었다. 어떻게 봐야 황소처럼 보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황소’라고 들으니 왠지 그렇게 보이기도 했다. 갈라진 하트나 일곱 마리의 황소처럼, 나는 물고기가 입을 벌린 모습, 여러 사람이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보였다. 같은 산도, 바라보는 마음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행복도, 불행도 결국은 내가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세상은 고정된 실체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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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카즈카 협곡에는 오래된 전설이 전해진다. 이식쿨 호수에 물이 들기 전, 이곳엔 번성한 도시들이 있었고, 그중 한 도시에 눈부신 소녀가 살았다. 일곱 개 머리를 지닌 용이 그녀에게 반해 청혼했지만, 소녀는 이를 거절했다. 상처 입은 용은 협곡에 저주를 걸고 긴 잠에 들었다.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소녀가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우물이 넘쳐 마을을 삼키리라는 저주였다.

  마을 사람들은 매달 황금 뚜껑으로 우물을 덮으며 저주를 막았다. 그러나 소녀의 차례였던 어느 달, 그녀는 그만 뚜껑 덮는 것을 잊고 말았다. 결국 우물은 범람했고 마을은 물에 잠겼다. 잠에서 깬 용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마을을 보고 충격에 빠져 그대로 돌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전설처럼 협곡의 능선은 용의 등처럼 뾰족하고 험하다. 나는 그 능선을 따라 올랐다. 발아래 펼쳐진 풍경은 거칠고도 장엄했다. 내려오는 길은 더 어려웠다. 모래가 깔린 바위는 미끄러웠고, 순간의 방심이 위험으로 이어질 듯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때론 주저앉으며 한 걸음씩 내려왔다.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데 더 많은 집중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했다.


  산길 끝, 한 현지인이 살구 한 봉지를 건넸다. 정원에서 직접 길렀다며 수줍게 웃는 얼굴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낯선 땅에서 받은 과일은 그저 과일이 아니었다. 따뜻한 마음이었다.

  그곳에서 우연히 한국인 배낭여행자를 만났다. 우리는 살구를 나눠 먹고, 남은 전부를 그에게 건넸다. 이름조차 묻지 않았지만, 그 짧은 순간이 오래 기억될 것 같았다. 때로 여행에서의 인연은 풍경보다 더 깊게 남는다.




다섯째날 푸른 자연의 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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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아르차 국립공원


  멀리 눈을 들면 텐산의 만년설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산길을 따라 오르던 날, 잦은 비가 내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촉촉한 숲길을 걷다 보니 귀여운 다람쥐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의 발걸음에도 놀라지 않고 다가오는 모습이 정겹다.

  운해가 산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쌌다가, 이따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안개 속 설산은 마치 숨을 고르듯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웅장한 자연 앞에서 절로 마음이 숙연해졌다.


5박 7일의 여정은 길 것 같았지만, 돌아보면 짧았다. 이제 다시 카자흐스탄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루에 입국과 출국을 모두 해야 하는 일정은 낯설지만 특별한 경험이었다.

  돌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입출국 심사를 위해 모든 짐을 들고,끌고 이동해야 했고, 공항 앞까지 차량이 진입하지 못해 한참을 걸어야 했던 순간, 우리나라가 얼마나 편리한 곳인지 새삼 느꼈다.


  여행은 결국, 내가 지닌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한다. 처음엔 어색했던 28명의 문화원 가족들과의 동행도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함께 웃고 걷는 사이, 우리는 진짜 ‘가족’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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